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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식'이란 무엇인가

2005년 9월, EBS는 ‘지식’을 키워드로 한 5분짜리 동영상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서너 편, 하루 서너 번에 불과했지만 방송의 메시지는 강력했다. 우리에게 월드컵의 환희를 주었던 ‘축구공’이 파키스탄 어린이 노동자에게는 하루 일당 300원과 1,620회의 바느질로 기억될 뿐이라고, 우리가 점심 한 끼를 때우는 햄버거가 단순히 ‘고기조각을 넣은 빵’이 아니라 ‘지구촌 이상기후의 주범’임을 환기시켰다. 이슬람 여성의 히잡 착용을 반대하는 서구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왜 이슬람의 삶을 서구인들이 결정하는가’라는 무슬림의 메시지로 대응했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시청자들은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강렬한 영상 그리고 짧은 메시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었던, 주변에서 흔히 접했던 정보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5분, 시청자들은 ‘앎’이 어떻게 ‘삶을 성찰하게 하는가’를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각자의 5분이 모여 24시간이 되었다.

이 책『지식ⓔ』는 <지식채널ⓔ>가 갖고 있는 영상과 메시지의 미학을 담아냈다. 1차로 2005년 9월부터 2006년 8월까지 방송된 5분짜리 동영상 중 40개의 꼭지를 선별했다. 그리고 <지식채널ⓔ>가 영상과 간명한 메시지를 통해 전하고자했으나 설명할 수 없었던, 방송 너머에 숨겨진 키워드들을 풀어냈다. 그리하여 ‘감성에세이’가 아닌 ‘지식에세이’를 선보이고자 했다.

‘가볍고 따듯한 감성’만이 읽히는 시대에 ‘진지한 성찰’이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눈에 보이는 사물이 얼마나 다양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채널ⓔ>,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들의 5분

<지식채널ⓔ>는 2005년 9월부터 EBS에서 방송되기 시작한 5분짜리 동영상 프로그램이다. 매주 월요일~금요일 밤 8시 50분, 10시 40분, 11시 40분에 방영되는 <지식채널ⓔ>는 과학(nature), 사회(society), 인간(people), 교육(education), 문학(literature)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강렬한 영상과 음악, 그리고 간결한 메시지를 통해 제공한다. 2007년 3월 30일 현재 총 271편을 방송했다.

초기 기획 목표는 교육방송으로서 EBS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정보성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지식채널ⓔ>가 공통된 키워드 ‘e'를 중심으로 지식을 풀어낸 것도 교육방송으로서 교육(education)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관점과 가치가 들어가면서 초기의 기획을 뛰어넘는 하나의 온전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현학적인 수사나 일방적인 메시지가 ‘지식’이라는 생각에서 <지식채널ⓔ>는 지식이란 단순히 ‘앎’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지난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시청자들은 제작진에게 끊임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왔다.

<햄버거 커넥션>부터 <마지막 비행까지>...... 가슴으로 느끼는 ‘지식(智識)’

햄버거 하나를 얻기 위해 소를 키우고,
소를 키우기 위해 숲을 베어내고,
소고기 100g과 맞바꾼 1.5평의 사라진 숲은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

우리가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기다리는 동안 몰디브의 한 주민은 해일에 떠내려간다. (p.38)

<햄버거 커넥션>은 햄버거가 단순히 빵과 야채 그리고 한조각의 고기로 만들어진 패스트푸드가 아님을 알려주고,

2004년 프랑스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 금지
똘레랑스? 계몽주의? 문명충돌?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슬람 여성들은 거리로 나섰다
“히잡 착용은 늘 귀찮았지만 그것은 종교적 신념의 표현일 뿐이다 ”

회교력 1400년, 히잡은 선택의 문제가 되었지만
그 선택의 주체는 프랑스인도, 그 누구도 아닌 이슬람의 딸들이다.
“어째서 이슬람의 삶을 서구인이 결정하는가!”(p.70)

<히잡>은 다른 문명에 가해지는 서구의 편견을 숨김없이 고발한다.

또한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을 앞두고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때,

1959년 5월까지 10년간
미국과 소련은 수많은 동물 우주비행을 시도하여 어떤 동물도 산 채로 귀환시키지 못했다
우주여행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지만 동물에게는 고귀한 희생입니다.(p.326)

라며 우주여행의 이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제3세계나 사회적인 이슈 외에도

밤하늘을 보며, 북쪽을 찾기 위해선 꼭 일곱 개의 점이 필요하지만
어떤 이에겐 여섯 개만 있어도 충분할지 모릅니다.
점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섯 개의 점입니다. (p.152)

라며 헬렌 켈러와 레이 찰스를 존재케 한 ‘루이 브라유’를 조명하고,

마흔네 살, 제2차 세계대전 최고령 전시조종사로 출격
그에게 허락된 생애 마지막 비행
여덟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연료
여덟 시간 밖에 머무를 수 없는 하늘

“난 언제나 나를 순수하게 해주는 곳으로 가고 싶다.” (p.342)

며 하늘로 날아가 버린『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베리’의 꿈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책과 신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진정한 지식’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그렇게 5분의 영상을 통해 나머지 23시간 55분의 시간을 다시 살도록 한다.

지식을 mapping 하다

간결한 메시지와 강렬한 영상 그리고 음악으로 이루어진 한편의 영상시를 어떻게 책으로 담아낼까. 영상을 활자화한다는 것은 이미지를 그대로 앉히는 작업이 아니다. 텍스트에 살을 붙이고 이미지를 텍스트로 풀어내며, 영상 너머에 숨겨진 것을 활자화하는 작업이다. 이 책『지식ⓔ』는 이러한 고민을 담고 있다. 각각의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담고자 했던 키워드를 더했다.

<햄버거 커넥션>의 경우에는 이상기후, 기후변화협약, 육우와 환경, 햄버거 커넥션 등 환경 키워드를 통해 가축들이 소비하는 곡물과 식수, 목장 및 방목장 건설을 위한 열대우림 파괴, 과다한 방목으로 인한 목초지의 사막화, 가축 배설물의 토양?수질?대기오염 문제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임을 설명한다. 이에 더해 멕시코의 환경운동가 가브리엘 과드리가 주창한 ‘햄버거 커넥션’에 관한 해설도 덧붙여있다.

새로운 혼혈인 ‘코시안’ 문제를 다룬 <피부색>에서는 ‘혼혈 1세대’로부터 기인한 다문화가정의 기원과 단일민족이라는 개념 그리고 한국내 거주하는 코시안의 통계까지, 혼혈문제에 대한 키워드를 다루려고 했다.

‘비타민 권하는 시대’를 다룬 <비타민>에서는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Linus Carl Pauling)박사가 주창한 ‘메가 비타민 요법’(Mega-Vitamin Therapy, 하루 권장량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비타민C를 복용함으로써 각종 만성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을 비롯해 우리 시대의 ‘건강강박증’을 키워드로 설명하고 있다.

글과 함께 제시된 키워드들을 통해 시사적인 문제가 어떻게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알게 될 것이며, 참고도서를 통해 각 주제에 관한 ‘map’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논리는 감성을 전제로 한다

교육정책의 혼선으로 인해 학생과 부모들뿐 아니라 사교육 시장에서도 논술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다. 한편에서는 제대로 된 독서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짜 맞춘 논술 수업은 변별력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지식ⓔ』의 텍스트는 새로운 대안이다.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짧은 글로 표현해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글이 글쓴이의 생각을 얼마나 잘 드러내는가, 읽는 이에게 어떤 감동을 주는가를 집약해서 보여준다. 논리적인 글쓰기는 딱딱하고 재미없으며, 일정한 틀을 갖춰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 던지게 만든다. 글쓴이의 시각과 감성을 드러내는 논리적인 글쓰기. 청소년들을 위한 글쓰기 교육은 이를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감성에세이가 아닌 ‘지식에세이’ 시대

현재 에세이 시장은 이미지와 짧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감성에세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 권을 물 흐르듯 읽고 난후 밀려드는 감동은 바삐 사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해왔다. 그러나 봇물처럼 쏟아지는 감성에세이는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 책『지식ⓔ』는 기존의 ‘감성에세이’와 다른 ‘지식에세이’를 콘셉트로 한다. 진정한 ‘감동’은 ‘앎’으로 그리고 진정한 앎은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지식e』는 우리의 감성뿐 아니라 지성에도 호소한다.

이 책은 ‘청소년에게 특히 일독을 권한다’는 추천사의 글처럼 청소년뿐 아니라 독자들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읽기가 가능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텍스트를 통해 그리고 이미지를 통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지식이 무엇인지, 그러한 지식이 어떻게 성찰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가볍고 따듯한 감성’만이 읽히는 시대에 ‘진지한 성찰’이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파크 제공]